우리는 모두 가끔씩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방금 한 일을 잊어버리는 경험을 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단순한 건망증일까요, 아니면 뭔가 더 심각한 문제일까요?
많은 분들이 이런 증상을 단순히 건망증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피로나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집중력 저하와 기억력 문제는 우울증의 초기 증상일 수 있습니다.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거나 의욕이 없는 상태로 끝나지 않고, 우리의 인지 기능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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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인지기능 저하의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우울증 환자들이 항상 ‘기분이 우울하다’거나 ‘의욕이 없다’등의 이유로 정신과에 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예전보다 일에 집중이 안 된다”라면서 ADHD 검사를 해달라고 오시는 분들도 있고, 너무 자주 깜빡깜빡 하고 방금 있었던 일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조기 치매가 아닌지 검사를 해보고 싶다”고 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면 ‘우울증’보다는 ‘치매’나 ‘건망증’을 떠올리기 더 쉽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당연히 걱정하시는 ADHD나 치매에 대해서도 감별을 해야 하겠지만, 혹시나 기저에 우울증이 있지는 않은지 반드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기능 저하는 왜 발생할까요?
우울증이 기분 저하나 의욕의 저하 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기전은 뇌의 복잡한 생리학적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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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우울증의 핵심 기전 중 하나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입니다. 이러한 신경전달 물질은 감정 조절뿐만 아니라 집중력, 기억력, 정보 처리 속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우울을 겪는 경우 스트레스 반응으로 인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이 과활성화 됩니다. 과활성화된 부신에서는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는데요, 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은 뇌에서 기억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코르티솔수치가 높아지면 해마에서 신경세포 손상이 발생하고,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이 감소합니다. 이로 인해 기억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이 단순히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나, 코르티솔 분비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만성 염증과도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늘고 있습니다. 만성 염증 상태에서는 사이토카인(cytokine)과 같은 염증 매개체가 증가해서, 신경 세포 손상이 유발되고, 이로 인해 뇌의 인지 회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울증과 치매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특히 고령 환자에서 ‘치매인 것 같다’고 오시는 분들 중에 우울증으로 진단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가성치매(Pseudodementia)”라는 용어도 생기가 되었습니다. 가성치매는 말그대로 “가짜 치매”라는 뜻으로,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 질환으로 인해 치매와 유사한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환자는 기억력 저하, 집중력 부족, 사고력 저하 등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지만, 실제로는 뇌의 퇴행성 변화가 아닌 심리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보통 치매 환자는 자신의 인지 저하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의 증상에 대한 자각이 부족합니다. 치매 검사를 해보도록 권유하면, ‘내가 무슨 치매냐’라면서 오히려 화를 내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가성치매 환자는 본인이 스스로 인지 기능 저하를 자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 “집중이 안 된다” 등의 자각 증상이 두드러집니다. 가성치매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항우울제 등의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되거나 완전히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매는 신경 세포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비가역적인 질환이므로 증상이 지속적으로 악화됩니다.
이 때문에 초기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성치매를 치매로 오인하면 불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반대로 우울증을 방치하면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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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기능이 저하된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정신과 상담을 고려해보아야 합니다.
우울증은 단지 기분 문제로만 끝나지 않고, 일상적인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복합적인 질환입니다. 만약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일상 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단순한 스트레스나 피로 탓으로 넘기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상담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성치매와 같이 우울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지 문제는 조기 진단과 치료로 충분히 회복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집중력 저하를 그저 ‘나이 탓’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 상태도 함께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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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람 정신건강 연구회 입니다 정신과와 심리학, 건강에 대한 지식을 정신과 전문의가 전달하고 과학적인 정보를 통한 건강한 삶을 살아가실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test.hearam.kr 에서는 간단한 심리검사를 직접 해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