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해람 연구회입니다. 최근 아는 지인의 어머님이 20년 넘게 키우던 반려견을 떠나보낸 후, 마치 가족을 잃은 것처럼 심한 상실감과 슬픔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진료를 볼 때도 간혹, 반려동물과 이별하고 나서 우울감이나 공허함이 지속되는데, 강아지 때문에 진료를 받는 것이 너무 유별난 것 같아서 진료를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진료를 받으러 왔다고 하시는 분들이 찾아오시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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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이 죽은 이후로 계속 눈물이 나고 슬퍼요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가족이자 인생의 동반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과도 같은 반려동물을 잃은 후 깊은 슬픔과 공허함을 느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오고,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갑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슬픔이 지속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 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특히 반려동물에 대한 애착이 깊었던 사람들에게 펫로스 증후군은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펫로스 증후군과 지속성 애도장애(Prolonged Grief Disorder)
펫로스 증후군은 사랑하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오랜 기간 동안 강한 슬픔과 상실감 등의 심리적인 고통을 느끼는 상태를 말합니다.
펫로스 증후군은 아직 정신과 진단 체계에서는 공식적인 진단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개정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 5판 수정판(DSM-5-TR)>에서 새롭게 진단명으로 추가된 지속성 애도장애(Prolonged Grief Disorder, PGD)의 진단기준을 반려동물의 상실에 적용해볼 수 있겠습니다.

지속성 애도장애(Prolonged Grief Disorder)의 정의와 주요 증상은 무엇일까요?
지속성 애도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친밀했던 사람과의 사별 후 최소 12개월(아동과 청소년에서는 6개월)이 지나야 합니다. 사별 후 12개월 이내인 경우의 애도반응은 정상 범위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 시점 이후에도 지속적인 슬픔과 상실감이 극도로 강해 일상 생활을 어렵게 하는 경우, 지속성 애도 장애의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지속성 애도장애가 의심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증상이 동반되어 있는지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지속적인 상실감과 그리움
: 매일 사별한 사람의 사진을 보면서 울거나, 사별한 사람을 떠올리면서 깊은 슬픔에 잠긴 채 하루를 보내는 등 사별한 지 12개월 이상이 지나도 여전히 상실된 대상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이 지속됩니다.
-현실 부정
: 사별한 사람의 방을 그대로 두고 그 사람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는 등, 상실된 대상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마치 그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고 믿는 행동을 보입니다.
–일상 기능의 현저한 저하
: 슬픔이 지나치게 강해 직장, 가정생활, 사회적 관계에 큰 지장을 초래합니다. 예를 들어, 일을 하지 못하거나, 친구와의 만남을 피하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상태가 지속됩니다
–심한 죄책감과 무가치감
: “내가 더 신경 썼더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하는 등 자신이 더 잘했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자책하며 우울감과 무가치감에 빠집니다.

반려동물을 잃은 “펫로스 증후군”에서도, 지속성 애도장애와 유사하게, 상실감, 외로움, 죄책감, 무기력 등의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12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깊은 슬픔을 느끼고, 반려동물에 대한 그리움에 집착하며, 일상 생활에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이나 애도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펫로스 증후군의 극복 방법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은 쉽게 다스려지지 않지만, 올바른 방법을 통해 그 고통을 조금씩 극복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슬픔을 억누르지 않고 충분히 표현하며, 주변의 도움을 받아 치유의 과정을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슬픔을 표현하고 인정하기: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슬픈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충분히 슬퍼하고 울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임으로써 치유의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습니다.
- 소중한 기억을 기리는 시간 갖기: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소중하게 간직하는 것은 슬픔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앨범을 만들거나, 반려동물의 이름을 새긴 기념품을 통해 그들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상실을 받아들이고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기억을 긍정적으로 회상하는 과정입니다.
- 새로운 일상 루틴 만들기: 반려동물과 함께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산책, 운동, 취미 생활 등을 통해 건강한 생활 패턴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루틴을 통해 조금씩 삶의 활기를 되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 전문가의 도움 받기: 슬픔이 너무 깊어 스스로 극복하기 어렵다면, 심리 상담이나 애도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치료를 통해 상실의 고통을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공감이 중요합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단순히 사소한 일로 치부하지 않고, 진지하게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주변 사람들의 지지는 환자가 슬픔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