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에 대한 정신과 의사의 시선 👩‍⚕️

출처: https://www.bbc.com/news/articles/c8elp63p3eko <ADHD: ‘We’re sharing and rationing meds to get by’>

안녕하세요 해람 연구회입니다. 한달 전쯤에 BBC에 나온 뉴스 기사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영국의 환자들이 ADHD 약물 부족으로 인해 약을 나누어 쓰거나 약제 복용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ADHD 약 재고가 있는 약국을 찾아 수십 통씩 전화를 돌리거나, 비슷한 약을 먹는 친구에게 남는 약을 얻거나, 남아있는 약이 부족해지면 불안감에 약을 쪼개 먹기도 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최근에 일어났는데, 저희 해람의원에서도 콘서타 27mg이 공급되지 않아 콘서타 27mg을 드시던 분들이 한동안 불편을 겪으셨습니다. 이번처럼 단일 용량이 공급되지 않는 경우 용량을 조절해서 처방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품귀 현상이 지속되는 경우 약제를 복용하지 않는 경우 업무, 대인관계, 운전, 자기관리 등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는 비상상황이 아닐 수 없겠지요.

ADHD 약제 품귀 현상, 원인이 무엇일까요?

ADHD 약제의 품귀 현상에 대한 여러 가지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면, 우선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원격 수업이 늘어남에 따라 집중력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 증가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스스로의 주의력이나 집중력에 어려움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방송이나 유튜브 등의 미디어에 성인 ADHD에 관한 내용이 흔하게 노출되면서, 비슷한 증상을 가진 분들이 스스로의 증상을 인식하게 되고, 진단받으려는 경향이 늘어났습니다.

정신과 의사로 환자분들을 만나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가 ADHD인 것 같아요” 라면서 진료실을 오는 분들이 ‘제가 우울증인 것 같아요’라면서 진료실을 오는 분들보다 많은 걸 보면, 환자분들께서 ‘우울증’이나 ‘양극성 장애’, ‘불안장애’등의 정신과 진단명들보다는 ADHD라는 진단을 조금 더 친근(?)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ADHD,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 계획이 필수적입니다

ADHD의 원인에 대해서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ADHD 환자의 뇌는 또래에 비해 전전두엽(prefrontal lobe)의 발달이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전두엽은 실행, 기억, 판단, 계획, 반응 조절 등 여러 인지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ADHD환자는 이러한 기능이 저하되거나 불균형적으로 작용해 주의 집중이나 행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ADHD에서 흔히 나타나는 집중력 저하나 깜빡깜빡하는 현상은 ADHD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 등 다른 질환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제가 본 환자분들 중에서는 스스로가 우울증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우울감이 호전되지 않은 채로 ADHD약제만 먹어 가며 ‘의지 박약’인 자신을 탓하며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버티는 분들도 몇몇 계셨습니다. 이런 분들 같은 경우는 우울증 치료를 하면서 집중력 저하나 기억력 저하가 같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ADHD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않은 분들 중에서는 과도하게 계획을 세우고, 점검하는데도 실수를 하게 된다며 자책을 하고 우울감에 빠지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반대로 숨어 있는 ADHD를 잡아 내서 치료를 하는 게 우선이 되겠죠.

이번 달에 세계적인 정신과 학술지인 JAMA Psychiatry에서도 성인 ADHD가 소아 ADHD에 비해 아직 진단이나 치료 가이드라인이 확립되어 있지 않고, 약물 오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성인 ADHD의 진단이나 치료에 있어 진단 정확성을 높이고, 치료가 필요한 성인의 경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의 개선 필요성이 있다는 논지의 글이 ‘Viewpoints’ 란에 게재된 바 있습니다. (참고 링크 ; doi:10.1001/jamapsychiatry.2024.3228)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ADHD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정확한 진단이나 면담 없이 정신자극제를 친구를 통해 구해 먹어본다거나, ADHD 관련 유튜브를 보고 진단 기준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기보다는, 꼭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 이후에 치료 계획을 함께 수립해 나가기를 권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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