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면병, 어떻게 정확하게 진단할까요?
밤새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낮 동안 참을 수 없는 졸음이 쏟아져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혹시 기면병은 아닐까 걱정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기면병은 단순히 잠이 많은 것이 아니라 뇌의 수면-각성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만성 신경계 질환입니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요, 해람정신건강의학과에서 기면병 진단 과정을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초기 증상과 의심: 언제 전문가를 찾아야 할까요?
기면병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주간 과다 졸림증입니다. 밤에 충분히 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낮에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쏟아지고, 중요한 회의나 운전 중에도 순간적으로 잠에 빠져드는 수면 발작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3개월 이상 거의 매일 나타나고 있다면 기면병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기면병은 주간 졸림증 외에도 탈력발작(감정 변화 시 근육의 힘이 빠지는 현상), 수면 마비(가위눌림), 입면 시 환각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특히 탈력발작은 기면병 1형의 주요 진단 기준 중 하나이며, 크게 웃거나 화낼 때 갑자기 무릎에 힘이 빠지거나 고개를 떨어뜨리는 등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수면 관련 증상들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수면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면병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주간 과다 졸림증과 함께 탈력발작, 수면 마비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증상들을 겪고 있다면 전문적인 진단을 고려해야 합니다.

수면다원검사(PSG): 밤샘 검사로 단서를 찾다
기면병 진단을 위해 가장 먼저 시행하는 검사 중 하나는 야간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 PSG)입니다. 이 검사는 하룻밤 동안 수면 중 발생하는 다양한 생체 신호(뇌파, 안구 운동, 근육 활동, 호흡, 심전도 등)를 종합적으로 기록하고 분석하여 수면의 질과 양을 평가합니다.
수면다원검사는 기면병의 특징적인 수면 패턴(예: 수면 잠복기 감소, 렘수면의 빠른 출현 등)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무엇보다 주간 졸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수면 장애(수면 무호흡증, 주기성 사지 운동 장애, 불충분한 수면 등)를 감별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다른 수면 질환이 있다면 기면병으로 오진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수면다원검사는 밤 동안의 수면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기면병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수면 장애들을 배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다중수면잠복기검사(MSLT): 낮잠으로 확인하는 졸음의 정도
야간 수면다원검사를 마친 다음 날에는 다중수면잠복기검사(Multiple Sleep Latency Test, MSLT)를 시행하게 됩니다. 이 검사는 깨어 있는 낮 시간 동안 정해진 간격(보통 2시간 간격)으로 여러 차례(보통 5회) 낮잠을 자도록 유도하여, 환자가 얼마나 빨리 잠에 드는지(평균 수면 잠복기)와 잠든 후 렘수면이 얼마나 빨리 나타나는지(입면기 렘수면, SOREMP)를 객관적으로 측정합니다.
기면병 진단 기준은 평균 수면 잠복기가 8분 이하이고, 5번의 낮잠 중 2회 이상 입면기 렘수면이 관찰되는 경우입니다. 야간 수면다원검사에서 수면 개시 15분 이내 렘수면이 나타났다면, 이를 다중수면잠복기검사의 입면기 렘수면 1회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이 검사는 기면병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객관적 검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중수면잠복기검사는 낮 동안의 과도한 졸림의 객관적인 정도를 측정하고, 렘수면의 비정상적인 발현을 확인하여 기면병 진단의 핵심적인 근거를 제공합니다.

뇌척수액 하이포크레틴 검사: 기면병의 숨겨진 원인
기면병은 뇌에서 각성을 유지하는 신경전달물질인 하이포크레틴(hypocretin, 또는 오렉신)의 부족과 관련이 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탈력발작을 동반하는 기면병 1형 환자의 90% 이상에서 하이포크레틴 수치가 현저히 낮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특정 상황에서는 뇌척수액을 채취하여 하이포크레틴-1 농도를 측정하는 검사가 진단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뇌척수액 하이포크레틴-1 농도가 110 pg/mL 이하이거나 정상 대조군 평균 수치의 1/3 이하로 확인될 경우 기면병 진단에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아니며, 수면 무호흡증 동반 등으로 다중수면잠복기검사 해석이 어렵거나 임상적으로 기면병이 강하게 의심될 때 선택적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뇌척수액 하이포크레틴 검사는 특히 기면병 1형의 원인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국내에서는 특수한 경우에 한해 시행되는 보조적인 진단 방법입니다.

